내게 가장 오래된 기억. 휘야. 속삭이듯 나지막하게 부르는 차분한 목소리. 허나 제겐 노랫소리와도 같이 저를 끌어당기는 그 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 아이는 벽에 다리를 붙이고 누워서 걸려있는 족자를 건드렸다. 까딱까딱. 짧은 다리끝에 아슬아슬 걸리는 족자를 건드리는 폼새는 영락없는 어린애. 별로 배도 안고픈척 하더니 밥은 고봉으로 먹고 등따습고 ...
그날은 아침일찍부터 뭔가 이상했다. "...." 운은 무거운 눈꺼풀을 떠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서늘한 기운때문에 이불밖은 추웠고, 잠자리는 너무나 따뜻했다. 나른함이 몸을 잠식하고 있었고, 이대로 좀더 잠들어있고 싶단 유혹에 시달렸지만, 기분과 달리 머릿속은 점점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졸려......" 순간 저를 감싸고 있던...
때는 스무살이 되던 어느 날. 흑사모는 동수,운, 초립에게 북벌지계와 관련된 중요한 임무라며 국경지대에서 도성까지 들어오는 상단을 호위하는 일을 맡았다. 중원에서 넘어오는 여러 종류의 상인들을 호위하여 넘어오다보니 자연스럽게 지루하고도 오랜 여정에 점점 지쳐가던 어느 때였다. "참 이상하네...." "아 뭐가 그리 이상한데요?" 동수는 뚱...
한번이 어려운 법이지, 두번 하면 세번하긴 좀더 쉬운 법이고, 몇번 하면 안하는게 하는것보다 더 이상한 법이다. "거기. 다시 열바퀴 추가!!" "네!!" 반항하고 자시고 할것도 없이, 모두들 시키는데로 구르고 엎어지기 바빴다. 더운 대낮에 하는 훈련은 그만큼 빡세고 정신없이 고됬다. 늘 하던거라고 하기엔 할때마다 힘이 든다. 동수는 이리저리 ...
"하아...." 동수는 심부름 하러간 운을 장용위 입구에서 쭈그리고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초립은 그꼴을 보고 집나간 주인 기다리는 똥개라고 비웃었지만, 꿋꿋했다. 오늘은 장거리 구보 훈련까지 있었는데도 지치지도 않는건지 나비처럼 빠르게 사라진 운의 발걸음이 아쉬워 그는 한시라도 빨리 볼 참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지?" 사이를 푼 것도 좋고, 다 좋...
"동수야" "어...어!?" 책을 보관하는 서고에서 책을 뒤지던 동수는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책을 와르르르 쏟고 말았다. 유난스럽게 놀라며 대답하는 동수의 그꼴을 본 운이 마뜩찮다는 듯 팔짱을 끼더니 한마디한다. "대장님이 부르셔." "어..그래..." 넘어뜨린 책을 주워담지도 않고 황급히 못볼 사람 본 모냥 뒷걸음질로 자리를 벗어나는 동수를 ...
"무슨 생각하냐?" ".......그냥...어떻게 할까 생각중이야...." 장터의 국밥집이었다. 금방 가는줄 알았더니 느려터진 니놈때문에 속았다며 짜증내던 것과 달리 운은 드물게 기분좋은 얼굴로 국밥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장미가 만들어주는 저녁밥도, 훈련중에 돌아가면서 만드는 주먹밥도 다 맛있었지만, 그래도 돈주고 사먹는 국밥맛이 각별했다.환심을 사기 위...
"백동수. 잠깐 와보거라." 장용위에서도 두달에 하루정도는 쉬는 날이 있었다. 그날이면 아이들은 숙소에서 쉬거나 장에 내려가서 놀거나 할수 있었다. 워낙 사부들이 엄격하게 단속하기 때문에 일찍 들어와야 하고, 장용위라는 것을 외부에 들키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쉬는 날이라고 해서 다 내려가서 놀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쉬는 날이라는 건 모든 아이들에게 즐...
"백동수. 어디갔었냐?" "어? 잠깐 연습." 모두들 모여서 식사하는 식당이었다. 다들 부지런히 밥술을 움직이는데 동수가 들어와 운 옆 자리에 털썩 앉는다. 장미가 빨리 좀 다니라며 밥그릇을 갖다주자, 그는 부지런히 숫가락을 놀렸다. "아까 운이가 찾더만..둘이 못만났어?" "그래? 엇갈렸나보네." 아무렇지않게 말을 돌린다. 동수의 느물스런 거짓말에 운이 ...
"동수 어디갔어?" 어느스름한 오후였다. 더운 해가 넘어가기 시작해 주변이 발갛게 물들고 있었다. 훈련 일과는 모두 끝나 있었고, 다들 개인 연습을 하거나 본인들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무리지어 나무그늘에 앉아 웃고 까부는 소년들 곁으로 불쑥 다가와 물은 것을 운이었다. "어? 글쎄. 아까 너 쫓아간거 아니었어?" "아니 못봤는데. 둘러봐도 안보이길래." ...
"꺄하하-우아아" 기분이 좋아진 아기가 아장아장 걷더니, 요즘 한창 재미가 들린 '장 뒤지기 신공'을 펼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운이 방안의 광경을 보고 순간 억장이 무너지는 얼굴을 하다가, 재희를 문갑장에서 떼어냈다. "이러면 안돼." "어마....어마이.....우우..." 아까 옷장이며 서안을 온통 뒤집은걸 몽땅 다시 정리하고, 정리하면 또 쫓아와...
ps. 인생에 새로운 고난이 닥친 운이? "뭐어?" 목소리가 절로 커졌다. 늘 동수가 일어나는 시각에 저도 같이 눈을 떴는데, 오늘은 유모가 없다고 동수가 더 일찍 일어나서 제 스스로 아침밥상을 봐서 들어왔다. "그렇게 됬어. 나물이 좀 짜지?" "지금 나물이 짠게 문제야?" 물론 많고 많은 군관들이 제 스스로 밥을 차려먹고 다닌다. 저희들도 스스로 식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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