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은 꿈이 있었어?' 언젠가였을까. 운이 월영에게 처음 던졌던 개인적이면서도 본질적인 질문. 월영과는 일 외에 긴 이야기를 나누어본 적 없다. 운은 대화를 즐기는 편이 아니고, 월영은 침묵이 더 편한 사람이다. 둘이 함께 있으면 언제나 조용한 편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무척 깊은 밤이었다. 밝은 달 덕에 대낮처럼 환하게 비쳐드는 밤. 지쳐서 한숨조차 쉬지...
"어머니 어머니~" 재희는 저를 안은 운의 손을 꼭 잡더니 뒤돌아보며 아기새마냥 불러댄다. "응?" 운이 내려다보자, 재희는 배시시 웃더니, 안장에 올려진 발을 달랑달랑 흔든다. "형아가 좋아할까요?" 말등에 얹어놓은 꾸러미를 돌아보며 재차 묻는다. 운은 저도 모르게 빙그레 웃었다. "글쎄다." 형은 희가 고른거니 다 좋아하겠지. 하는 운의 모범적인 대답에...
익숙한 집안의 대문을 열고 들어서며, 동수는 평소대로 집안을 살폈다. 아무도 없을거란 제 기대와 달리 집안 곳곳에 불이 켜져 있고, 부엌에선 맛있는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다. 마치 그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춘듯한 분위기에 그는 빙긋 웃음을 머금고는, 가볍게 주위를 살펴보다 뒤뜰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저..." 익숙한 그림자에 그를 부르...
새벽녘 푸른빛을 띈 하늘이 새까맣게 물들어있던 바다를 깨운다. 한필의 말이 새벽의 바닷바람을 타고 해안가를 달리고 있었다. 보기 드문 준마는 속도를 조금도 떨어뜨리지 않고 열심히 달리더니 어느샌가 멈추어섰다. "여긴가..." 말을 탄 사내는 바닷가가 보이는 언덕가에 놓인 자그마한 초가를 올려다보며 제 자신이 찾던 집임을 알아보았다. "계시는가?" 객의 외침...
*예전글을 리네이밍 & 수정하여 올립니다. "오빠. 오빠 사귀는 사람있다면서요?"차가운 겨울공기가 시끄러운 로비 매점을 찬찬히 감도는 오후, 늦잠으로 먹지 못한 아침겸 점심을 때우기 위해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던 태형은 아뜨뜨- 거리면서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뭐?""오빠 애인 있었다면서요!?"아직 보송보송한 기운이 가시지 않은 1학년 후배 자...
"맛나요.." "그러니?" 저가 아까 난리친것따윈 벌써 까맣게 잊은 듯, 과자를 먹으며 헤실거리는 아기. 이제 겨우 세살로 온집안 식구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아이답게 티없이 맑고 더없이 발랄했다. 과자를 입에 넣고 손가락을 빨면서 형진을 물끄러미 본다. 그러면서도 안겨있는 어머니의 관심이 제게 있는지 없는지 계속 돌아보며 확인하는 중이었다. 꿀과자향이 날...
'..........너무 쉽군.' 그 서늘하고 차갑던 목소리를 어떻게 잊을까. 마치 자신을 지나가던 벌레처럼 취급하던 무심한 눈길. 전광석화같던 검솜씨.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귀신이다. 지옥에서 올라온 검귀다. 그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거라곤 지독한 피비린내뿐이다. 유모를 따라 쫄랑쫄랑 들어서던 형진은 그녀가 멈춰서자, 따라서 멈춰섰다. 아주 멀찌감치....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아까부터 이말만 백만번째 되뇌이고 있는 사내가 길을 걷고 있다. 군복차림에 검을 찼으나, 손에는 그에 어울리지 않게 색동 보자기로 싼 무언가를 들고 있다. 아무도 그게 무엇인지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는 이것이 적잖히 창피했다. 물건 자체도 창피하고, 이걸 가지고 가는 장소도 민망했다. '나더러 이걸 그집에 갖다주라고?' ...
코로나19로 다들 외출도 힘드시죠? 우리 모두 힘내요. 그런 의미로 남은 편 다 풉니다.... "....................." 동수는 눈앞의 방문을 올려다본다. 불이 켜져있으나, 방안은 조용했다. '잠들었나.....' 평소 아이들은 잠들기 직전까지 놀다가 자신들이 조는 줄도 모르고 꾸벅거리다 잠들어버린다. 그러면 방안에 들어가서 이불도 고쳐주고 ...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립니까!!" 덩치큰 세량이 씩씩대자, 집안의 지붕이 들썩거리는 기분이었다. 옆에 나란히 앉아있던 구향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그러는 그를 찌른다. "아이참..좀 기다려보세요..." "아 진짜.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르지 않았어!" "참으세요 서방님. 생각처럼 많이 지나신건 아니거든요?" 이럴때만 서방님이란 소리가 잘도 나온다. 비꼬는듯 한심...
'끼익-' 가옥은 문을 열고 방밖으로 나왔다. 누군가의 그림자가 마루안까지 드리워져 있다. 미동 없던 손님이 그 소리에 돌아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랫만이구나." 가옥이 마루밑으로 내려서자, 그는 무릎을 꿇었다. "지주를 뵙습니다." "여전하구나." 운이 너는. 가옥의 목소리에 그가 천천히 일어났다. 5년이라는 시간의 흐름따윈 온데간데없는 듯한 무복 차림...
"준휘야" 방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보고 준휘는 얼른 자세를 똑바로 했다. "지주님." 어린아이의 야무진 그 호칭에, 가옥은 난처한듯 웃더니, 고개를 젓는다. "그말은 이제 그만두렴." "예?" "난 더이상 흑사채의 지주가 아니고, 너도 더이상 흑사초롱 수장의 후계자가 아니니까 말이다." "그럼 뭐라고 불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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